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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현대 음식 문화의 변화와 문제점 : 음식 문화의 다양성 감소, 획일화

by bula3 2025. 1. 1.

 

음식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문화다. 음식 선택은 이런 문화의 틀 속에서 결정된다. 특히 음식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 강력한 전통이어서, 문화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음식 문화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결정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음식 문화가 어떻게 변했고, 그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박성규 <10대와 통하는 음식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자. 

 

현대 음식 문화의 변화

오랫동안 유지돼 온 음식 문화는 현대에 들어와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생활 방식이 다양해졌다.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거나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었고, 당연히 해야 했던 결혼도 이제 선택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1~2인 가구도 대폭 증가해 2016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54%를 차지한다. 

 

근대화가 시작되먼서 음식 문화가 크게 변했다. 서양 음식이 유행하고, 밀가루 음식을 먹자는 운동을 하기도 했다. 2016년 국민 건강 영양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29.6% 정도다. 3명 중 한 명은 아침을 먹지 않는 셈이다. 삼시 세끼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모습도 줄어들고 각자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빈도가 늘었다.

 

한집에서 밥을 먹는다고 해도 각자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먹거나, 같은 밥상에서 먹을 때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경향이 늘었다. 정해진 식사 시간 없이 배가 고프면 그때그때 간편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도 많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혼밥'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혼밥 전용 식당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많은 변화는 가족이 하던 일을 '식품 산업'이 대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음식이 상품이 된 것이다. 돈을 주고 음식을 먹는 일은 아주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음식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음식을 상품화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물까지 사 먹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 상품 덕분에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정해진 밥때를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 (24시간 영업하는 가게, 새벽에도 배달 가능...) 학원다니느라 바쁜 학생들이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간단히 떼우는 일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일상이다. 

 

계절에 따라 달라졌던 음식 재료도 이제는 마트에 가면 다 살 수 있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은 반찬을 갖출 필요가 없으니, 어디서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힘들게 밥상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상품이 된 음식이 불러온 비극

현대 음식 문화의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영리 조직이 가족 대신 우리의 밥상을 차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입이 즐겁고, 식생활이 편리해졌지만 부작용이 있다. '잘 팔리는' 제품만 먹게 된다는 사실!! 이와 관련하여 음식이 상품화 되면서 생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건강보다 맛에 집중

기업은 당근이나 시금치처럼 건강에는 좋지만, 인기 없는 재료를 넣었다가 판매량이 떨어지면 큰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만들 필요가 없다. 즉, 건강보다 인기 있는 맛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설탕을 너무 많이 섭취해 충치가 생긴다거나, 영양소 불균형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상관하지 않는다. 

 

요즘엔 건강을 생각해 천연 재료를 넣었다는 제품도 나온다. 블루베리나 단호박, 사과 등 과일, 식이 섬유를 첨가해 몸에 좋다는 시리얼 광고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당분이 너무 많아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기 있는 상품은 대부분 단맛이 강하다. (청량 음료 한 캔에 각설탕이 8개, 주스 한 병에 9개, 비타민 음료 4개, 에너지 음료는 최고 12개) 음료, 떡볶이, 과자, 피자, 치킨, 햄버거, 아이스크림에도 당분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매운맛이나 짠맛이 더 강하거나, 차가운 온도 때문에 단맛을 잘 못 느낄 뿐이다. 김빠진 콜라나 녹은 아이스크림을 한번 먹어 보자. 먹기 어려울 정도로 달 것이다. 

 

음식 재료 및 요리의 획일화

제품의 종류는 많지만 정작 맛은 획일화되고 있다. 풍요롭지만 빈곤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음식 재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생존의 밥상>이라는 책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인류는 3,000가지 음식을 즐겼지만, 지금은 150개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인간이 재배하는 농작물 7,000여 개 중 고작 30개가 세계 열량 섭취량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수익을 올리기 쉬운 식품 위주로 전 세계 밥상이 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미국의 환경 운동가 마이클 폴란은 미국인은 사실상 옥수수만 먹고 사는 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백미, 돼지고기, 라면, 빵, 우유, 국수, 쇠고기가 전체 에너지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음식 상품은 많지만 재료를 살펴보면 다양성이 떨어진다. 

 

사과 품종은 홍로, 홍옥, 감홍, 추광, 화홍, 아오리, 선홍 등 전 세계적으로 7,500개나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부사가 차지하고 있다. 크기가 크고 단맛이 강해 인기가 많고 저온 보관 시, 오랫동안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야생종을 포함하면 5,000개가 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토마토는 역시 크기가 크고 단맛을 내는 품종이다. 감자도 여러 품종이 있는데 전분이 많아 쪄 먹으면 맛있는 '남작'과 수분이 많아 반찬으로 적당한 '수미'가 있고, '두백'이나 '선농' 같은 개량 품종도 있다. 하지만 역시 병충해에 강한 '수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음식 재료의 획일화는 결국 요리의 획일화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재료는 삼겹살이다. 전체 돼지고기 소비의 40%를 삼겹살이 차지하고 있다. 수요가 많으니 당연히 가격도 비싼 편이다. 앞다릿살, 등심도 있지만 인기 없는 부위는 양이 남아돌아 삼겹살의 1/4가격으로 팔린다. 특정 부위에 소비가 집중되면서 다양한 육류 요리를 즐길 기회는 줄고, 가격이 싼 수입 삼겹살을 찾으면서 국내 양돈업계는 상황이 어려워졌다. 

 

치킨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토종닭은 육수를 내기에 적합한 품종이라 백숙, 삼계탕, 초계탕, 닭곰탕처럼 닭을 끓이는 요리가 발달했지만, 지금은 튀긴 닭이 국민 요리 대접을 받고 있다. 튀김 옷의 설탕과 소금, 기름의 지방 성분이 결합해서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 나오기 때문에 튀긴 음식은 유난히 인기가 많다. 

 

그리고 토종닭은 사육 비용이 많이 들기때문에 굳이 키울 필요가 없다. 좁은 사육장에 가둬 육질이 부드러운 닭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이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김치의 역사는 3,000년에 달하고 종류도 200가지가 넘는다. 무, 열무, 갓, 고들빼기, 부추, 오이, 콩잎처럼 제철에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오랫동안 먹을 수 있어, 음식의 다양성을 확보해 주는 훌륭한 음식 문화다. 사실, '김치'하면 떠오르는 '배추 김치'는 역사가 10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김치는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 식탁에는 일 년 내내 배추김치가 올라온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배추김치를 사계절 먹는 것이 한식의 기본이라는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치 종류를 단순화하면서 김치를 상품화하기에는 편해졌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김치를 먹게 되었다. 

 

또한 맛있는 배추김치를 먹기도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야 제맛이 나지만, 빠른 생산을 위해 발효 시간을 줄이려고 과도한 소그모가 조미료로 맛을 내는 김치가 많다. 그래서 김치가 건강식품이기는커녕 나트륨 과잉 섭취의 주범으로 몰리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음식 문화의 다양성 감소, 음식 문화의 획일화는 각 지역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약화시키며,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이 발달해 영양소 불균형을 초래하고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음식 문화의 획일화로 인한 사회 문제

편리함을 얻은 대가로 우리는 비만과 미각 장애, 음식 중독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의 획일화로 인해 사회문제까지 생기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기면서 동네 빵집들이 사라겨가고 있다. 소규모 농업, 전통 장인, 로컬 레스토랑 등이 타격을 받으며 지역경제가 약화되고, 대규모 산업 농업은 화학 비료, 농약 사용 증가, 생물 다양성 감소, 탄소 배출 증가와 같은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식품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이제 음식을 고르고 먹는 일이 쇼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할인이 많이 되는 빵집에들러 무난한 케이크를 사고, 배가 고프면 체인점에 들어가 쿠폰이 있거나 행사 중인 제품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 업계에서는 좋은 재료와 실력 있는 요리사보다 마케팅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즉, 음식에 많은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에는 단순한 생존 유지뿐만 아니라 사랑, 관계, 환경, 평화와 같은 다양한 가치가 담겨 있다. 

 

나 또한 건강문제 때문에 음식에 관심을 가졌다가 이제는 환경에 많은 관심이 생겼고, 동물 복지의 필요성을 느껴 식재료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음식이지만, 정작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고 고민해 보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식사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요리하는 시간에 공부하거나 쉬거나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한 가정의 식사를 책임진다는 것은 대단히 숭고한 일이지만, 전업주부의 일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남성 전업주부에 대한 인식은 더 안 좋다. 전업주부는 직장인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  

 

음식이 상품화되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아예 요리사를 쓰지 않고 공장에서 만들어 냉동한 음식을 데워 내거나 레토르트 식품만 파는 상점도 늘어났다. 음식 강국 프랑스에서도 2013년 조사 대상 음식점의 1/3이 즉석, 냉동, 가공 식품을 이용해서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저렴하고 양 많은 음식이 '착한 음식' 대접을 받고 있다. 정작 좋은 재료를 쓰면 오히려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참신한 메뉴를 개발해도 순식간에 표절당하는 현실은 요리사들의 창의성을 제한하고 사기를 꺾는다.  


 

이처럼 음식 문화와 요리의 획일화는 문화, 건강, 경제, 환경, 사회적 연결 등에 광범위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식생활의 효율성과 편리함만 따질것이 아니라, 지역 요리와 전통음식을 보존하고,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며, 환경을 고려한 식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또한, 음식 공부를 통해 먹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알고, 건강과 환경, 우리의 음식 문화를 지킬 수 있는 지혜로운 식생활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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