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주변에서 췌장암이나 뇌종양을 너무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손쓸 겨를도 없이 몇 달 만에 사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혹여 나에게 그런 질병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며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암은 흔한 것이 아니므로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통계 지표에 따라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와 관련된 증상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기본적인 암 검진 스케줄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본적인 암 검진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암 검사는 아래 표와 같이 시작하고 반복된다. 유방암 검사를 예로 들면, 40세 이상일 경우 유방단순촬영검사를 2년마다 하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취약한 부분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가감할 필요가 있다.
암 종류 | 검사 주기 |
위암 | 만 40세 이상 남녀는 2년마다 내시경검사 시행 |
유방암 | 만 4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유방단순활영검사 시행 |
대장암 | 만 45세 이상 남녀는 분변잠혈반응검사(대변검사)를 받은 후 양성 결과 시대장내시경검사 시행 |
자궁경부암 |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자궁질도말세포병리검사 시행 |
간암 | 만 40세 이상 남녀 중 대상자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 시행 |
폐암 | 고위험군(하루 1갑씩 30년 이상 흡연한 54~74세) 대상 2년마다 저선량흉부 CT검사 |
만약, 본인의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렸었다면 유방암 검사를 좀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고, 30세 이전에 첫 아이를 낳아 모유수유를 했다면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2년마다 꼭 검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암 검진 스케줄은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법'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게 변형할 수 있는 스케줄이다. 학회마다 제시하는 암 검진 스케줄이 각기 다르므로 개개인의 암 위험 요인들을 먼저 살핀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미국 상위 1% 부자들의 7가지 건강 습관>의 저자 임영빈 전문의는 암 검사는 직계 가족이 암에 걸린 나이보다 10년 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각 나이대에 발병하기 쉬운 암이 무엇인지 알아두는 것이 좋은데,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고 암은 대체적으로 50세 이후에 흔히 발병하며 자궁경부암과 고환암은 젊었을 때도 생기기 쉽다는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된다.
여성 | 남성 |
35~45세 : 자궁경부암 40~50대 : 갑상선암 45세 이후부터 : 대장암(50대에 흔하게 발생) 50대 : 위암 60대 : 유방암(가장 흔하게 발생) 65세 이후 : 폐암(평균 나이는 71세) |
30대 : 고환암 60~70대 : 갑상선암 65~69세 : 전립선암 |
* 건강검진 시 참고 사항 : 예전에 의사들이 모여 건강검진에 대한 의견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에서 들은 것중 필요한 것들을 메모로 남겨두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성들 중 요리 시 나오는 연기를 많이 마셔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폐암 예방을 위해 '저선량 흉부CT'를 찍어보는 것이 좋다.
-PET CT는 찍을 필요 없다. 피폭량이 극심해서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두통은 안지오CT(Angio CT) 또는 MRA를 찍어보는 것이 좋다.
( 안지오CT는 혈관(angiography)과 컴퓨터 단층촬영(CT)을 결합한 의료 영상 검사이다. 이 검사는 혈관의 구조와 상태를 고해상도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로, 동맥, 정맥, 그리고 장기 주변의 혈관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
대표적인 암 발생 원인
암 발생 원인 중 30%는 흡연, 과체중, 과도한 알코올 섭취, 부족한 채소와 과일 섭취, 운동 부족이다. 술과 담배는 발암물질이다. 담배는 무조건 해롭다고 볼 수 있는데, 술은 삶의 질을 위해 어느 정도 즐길수는 있다.
운동 부족과 비만이 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 과체중은 아니어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마른 비만도 마찬가지다. 여러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강도 있는 운동이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운동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연관성이 깊은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위암과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발병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의사와 논의하고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으며 관리해야 한다.
햇빛에 피부를 과도하게 노출하는 것도 피부암 발병 확률을 높이기에 피해야 한다. 특히 비타민D는 암 옝방 효과가 크므로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데, 햇빛 노출보다 알약으로 경구복용하되 하루에 5,000유닛 이상 복용하는 게 좋다.
프리미엄 검진, 꼭 필요한가?
한국의 건강검진에는 프리미엄 검진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비용을 좀 더 지불하면 특급 서비스와 정밀 검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상품의 가격은 기본검진에 비해 최고 60배나 비싸다. 그럼에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비싼 검진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이유는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주요 프리미엄 건강검진 프로그램들의 검진 항목을 검토해 본 결과, 추가된 검사 중 반드시 받아야 할 사항들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필요한 흉부 CT가 빠져 있거나(흡연자 필수), 필요 없는 동맥경직도 검사나 전립선 초음파가 추가되거나 방사선에 과다 노추로디는 복부 CT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암을 초기에 발견해 준다는 PET 검사까지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PET검사는 암 진단 후 전이된 곳은 없는지 확인할 때 받는 검사이지, 처음부터 받을 검사는 아니다. 암뿐 아니라 일반 감염이나 염증도 PET검사에서는 양성으로 나오기에 추가검사를 해야 할지 말지 헷갈릴 수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검사 프로그램이 많이 들어간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엄 건강검진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가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자신의 건강을 다른 이에게 위탁해 버릴 위험이 크다는 게 아닐까.
그저 많은 돈을 냈으니 누가 알려주겠지, 하면서 관심을 꺼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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