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가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뇌가 건강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혈관이 좁아지면서 한순간에 좌우 구별을 못하고, 숫자 개념이 갑자기 없어지며 앞을 잘 보지 못하는 등.. 이런 일들은 1.4kg의 단단한 젤라틴 덩어리 같은 뇌라는 곳에서 모두 결정된다.
그래서 평소에 뇌를 지키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일생 전체의 주기에 걸쳐 관리해야 한다. 그 방법은 돈이 많이 들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단지, 건강한 먹거리를 선택하고 잠을 깊게 자고, 더 즐기며 살면 되는 것이다.
손유리 <평생 젊은 뇌>에서는 작은 실천이나 습관 하나 고치는 것만으로 뇌가 노화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뇌는 '그저 늙어갈 뿐'이라는 편견을 깨고 '다시 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뇌가 다시 젊어지고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은이 소개]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신경과 전문의가 됐다. 이후 서울대학교 병원, 서울시 치매안심센터와 여러 종합병원에서 근무했다. 신경과 전문의가 된 뒤로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더 빨리 진료를 받고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한 분들이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유튜브 채널 <브레인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에서 발표한 치매의 원인을 보면, 유·아동기부터의 생활이 추후 뇌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성인 이전의 가장 큰 인지 자극은 '교육'이다.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생활 습관(식습관, 수면습관)이 잘못 굳어지면 65세 이전에 진단되는 초로기 치매 위험이 20배나 높아질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인지적 자극은 뇌 성장의 촉매 역할을 한다. 특히 아동기의 환경이나 경험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 겪는 경험은 무수히 많은 복잡한 감정에 이끌려 생각하게 하고 이로 인해 고유한 성격과 행동 방식이 만들어져 그만의 고유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의 뇌
뇌는 청년기에 꽃을 피우고 중년기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된다. 노년기에는 신체 노화와 더불어 뇌도 노화된다.
청년기 뇌는 전두엽이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고, 사회적인 규율을 따르고, 계획하고 또 결정하는 영역인 앞이마의 겉질 부위는 10대에 발달한다.
중년기에는 직업과 관련하여 많이 활용하는 뇌 부위가 발달함과 동시에 뇌의 노화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알코올 섭취, 활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 줄어드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세로토닌) 등이 뇌의 노화에 영향을 준다.
노년기에는 뇌의 노화가 진행되지만 환경과 행동에 따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식생활이 나아지고 교육이나 공중보건이 개선되면서 노년기에도 관리받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어 건강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흡연(5%)은 뇌를 포함한 전신의 혈관을 망가뜨리면서 뇌를 손상시킨다. 또한 우울증(3.9%)도 치매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특히 운동 부족 또는 와상 상태(2%)는 뇌세포가 활성화될 기회를 없애며, 사회적 고립은 뇌를 노화시키는 주범이 된다.
같은 노년기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사회적 환경에, 어떻게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뇌 건강은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뇌 기능을 살리는 최고의 레시피
뇌 건강을 위해 늦은 때란없다. 관심을 기울이며 꾸준히 노력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뇌 기능을 되살려 뇌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결론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 이게 바로 뇌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은 한국에서, 다른 한 명은 미국을 건너가 각기 다른 식단에 따라 생활했다. 얼마 후 한국에서 살아온 한 명은 비교적 건강했지만 미국에서살아온 한 명은 비만으로 변한 것은 물론 당뇨·고지혈증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했다.
일란성 쌍둥이라 DNA는 동일하지만, 발현 형태인 건강은 이처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즉, 뇌 질환의 유전적인 소인을 갖고 있더라도 어떤 환경(자연환경, 음식, 오염 물질,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뇌의 운명이 달라진다.
뇌 기능을 살리는 필수영양소
1. 물
우리 몸은 약 60%가 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뇌는 수분의 비율이 80%로 더 높다. 물은 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반응에 관여하기 때문에 뇌 세포 사이에 물, 미네랄, 염분이 정교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만약 탈수로 인해 수분이 부족해지면, 뇌세포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브레인 포그, 마치 머리에 안개가 낀 듯이 정신의 혼미, 업무 효율의 감소, 감정 변화 등이 오로지 탈수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 그럼 하루에 어느 정도 물을 섭취해야 할까?
몸에 필요한 물의 양은 기온, 체격, 활동량 등에 의해 달라진다. 여자는 약 2.5l, 남자는 약 2.7l 정도의 물을 마셔야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차는 차일뿐 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녹차나 홍차는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어 물처럼 마실 경우, 커피의 부작용과 같이 불면증이나 위장장애 또는 두통을 일으킬 수 있고 탈수 현상을 일으켜 체내 수분을 오히려 빼낸다.
2. 탄수화물
다른 장기는 지방이나 당이 모두에너지로 변환되어 사용될 수 있으나, 뇌는 오로지 포도당에만 의존한다. 포도당은 혈뇌 장벽을 빠른 속도로 통과해 뇌세포 전체에 연료를 공급한다. 건강한 뇌가 하루에 소모하는 포도당의 양은 대략 62g이다.
현미, 잡곡밥, 통밀빵처럼 '달콤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식품이 최고의 천연 포도당 공급원이다. 바람직한 탄수화물의 예는 다음과 같다. 이는 정희원 교수가 <저속노화 식사법>에서 말하는 건강한 탄수화물과 같다.
- 현미, 수수, 보리 등 도정하지 않은 통곡물
- 렌틸콩, 병아리콩, 검은콩 등 콩류
- 고구마, 참마, 호박, 당근, 파, 순무, 양파등 야채류
- 키위, 포도, 살구 등 과일류
정리하자면, 뇌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나 과일, 통곡물 등 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지방
뇌의 11%는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지질이나 스핑고지질 같은 구조지방(저장지방이 아닌)은 뇌세포와 세포 사이 연결을 구성하고 지지해 주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특히 뉴런은 오메가-3 지방산과 인지질 같은 구조지방으로 된 막이 감싸고 있다. 뇌가 필요로 하는 지방은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2:1의 비율)을 포함하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이다.
오메가-3 지방산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기때문에 반드시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 염증 방지, 혈액을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 알파리놀렌산 : 아마씨, 들깨, 견과류, 치아씨 등 식물성 기름에 많이 들어 있다. 불안, 우울, 스트레스 및 심혀로간 질환을 낮춰준다.
- EPA : 고등어, 정어리, 연어, 참치 등 등푸른 생선 기름에 많이 들어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며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전을 차단해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다.
- DHA : 해조류, 멸치, 고등어, 참치 등의 생선에 많다. 기억력을 개선, 뇌 기능을 활발하게 해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치매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4. 단백질
뇌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며,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 카테콜아민 등)을 조절하고 대사에 관여한다. 아미노산은 신체와 뇌 기능의 필수적인 영양소며 신경전달물질은 모두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뇌 건강을 위해서는 고단백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로토닌(행복 호르몬)
감정 조절과 수면 패턴, 기억,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환자에게서 결핍되기 쉬운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며 치매와 연관된 기억력 저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전구물질로 사용해 합성되는데, 트립토판은 인체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량을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 치아씨, 우유, 요구르트, 호박씨, 자두, 스피룰리나, 밀빵 등
도파민
쾌락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며,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보상이나 동기, 주의력 기능을 책임지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파킨슨병, 조현병, 약물중독 같은 몇 가지 질병은 도파민의 결핍과 연관되어 발생한다.
- 치즈, 대구, 연어, 농어, 닭고기, 돼지 다리살, 대두, 땅콩, 치아씨, 아몬드, 병아리콩, 강낭콩, 렌틸콩
비타민과 미네랄
비타민은 뇌의 활동 및 에너지 생성을 보조하고, 다양한 물질대사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미네랄은 신경 전달을 조절하는데 너무 과해도, 부족해도 뇌 독성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하루섭취량이 100mg 이상인 대량무기질에는 칼슘, 인,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황 등이 있다.
- 비타민 B1 : 고기, 생선, 달걀 등 동물성 식품, 도정하지 않은 곡물, 콩, 견과류, 감자 등. 기억력을 향상시켜 주는 아세틸콜린을 만든다.
- 비타민 B6 : 어육류, 달걀, 돼지고기, 현미, 바나나, 시금치, 대두, 감자 등. 항스트레스 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정신적인 피로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핍 시, 예민함, 집중력 상실, 피로, 우울감,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다.
- 비타민 B9(엽산) : 브로콜리, 시금치, 케일, 아스파라커스, 로메인 상추, 느타리버섯, 송이버섯 등. 뇌 기능을 보존하고 기억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임산부의 필수영양소로 꼽힌다.
- 비타민 B12 : 고기, 생선, 달걀 등 동물성 식품. 기억력과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하다. 성취감, 만족감 등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을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리하자면..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치매를 예방하는, 뇌 건강을 돕는 식품에는 달걀, 생선 등 동물성 식품과 씨앗류, 견과류, 잎채소, 통곡물 등이 있고, <저속노화 식사법>에서 보았던 베리류도 뇌 건강을 돕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수분가 중요하다고 하니 나처럼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수분 섭취에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질 높은 수면과 운동이 뇌 건강을 돕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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